[칼럼 69]
훈민정음 자산의 미래지향적 가치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정보화시대를 대비한 광역 통신망 네트워크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구축하여 강력한 정보의 고속도로를 건설하였으며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이 대변하는 21세기 정보화시대를 거쳐 기술과 사람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면서 한글의 문자 시스템은 그 정보의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수퍼카처럼 정보 전달력에서 중국의 한자나 일본의 가나는 꿈꿀 수도 없는, 로마자 알파벳 이상의 적합성을 입증함으로써 미래 한글 사용의 주역인 젊은 세대를 열광시키고 있다.
각종 디지털 소통에서 한글의 압도적 우위는 한국의 사용자들에게는 국가적 자부심을, 중국⋅일본의 사용자들에게는 열등감과 부러움을 촉발하고 있으며, 이제 한글은 한류 확장의 근원이면서 또 하나의 명품 한류로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그래서 통신망에 의한 정보 고속도로는 자본이 뒷받침되면 어느 국가나 구축할 수 있지만 그 위를 달리는 수퍼카로서의 한글은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대체 불가의 자산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세종대왕에 대하여 진심을 담은 존경과 사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오늘날 한국이 아시아에서 진정으로 유일한 민주국가가 된 이유도 한글에 기반한 정보의 소통력 때문이라는 분석 또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쟁이 아닌 이상 미래의 핵심 국가경쟁력 중 하나는 문화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세계 곳곳을 누비며 인상 깊은 성과를 보이는 한류는 우리 한국의 세계 비상을 상징하는 전조로 읽히고 있다. 자연스럽게 한글 역시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한류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민족적 요소까지 가미되면서 사이버 세계의 한글 사랑이 확산하고 있다.
적어도 향후 30년간 한국의 세계 경영은 일차적으로 중국⋅일본과의 경쟁 과정이라고 볼 때, 한글 기반 국가 문화적 영향력에 대한 국민, 특히 젊은 세대의 자발적 결집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한글 자산의 미래지향적 가치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최우선으로 해야 할 훈민정음 창제 정신에 대한 바른 조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세종대왕이 왜 훈민정음을 창제하였느냐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훈민정음과 세종대왕을 구심점으로 하는 우리 것에 대한 진정한 자부심, 세계와의 승부욕, 미래에 대한 자신감 등을 국가 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훈민정음 및 세종대왕이라는 역사적이면서 현재의 생활 밀착적인 콘텐츠가 실질적인 문화산업과 연계됨으로써 국가나 지역에 대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요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동안 훈민정음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축적되었지만, 아직도 더 물어야 할 비밀의 공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세종이 훈민정음 창제에 관한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집현전 학자들을 참여시키지 않고 세종 23년에 정의공주와 광평대군과의 빈번한 만남을 통해 도움을 크게 받은 이유와 상황에 대하여 주목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전하고 있는 《훈민정음해례》가 훈민정음의 제자원리(制字原理)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만 훈민정음 28자에 담긴 세종의 진심을 외면한 현대의 우리는 24자의 한글로 고착화시켜 놓고 세종대왕이 처음부터 그래왔던 그것처럼 인식의 범주에 갇혀 있다는 점이 가장 아쉽기 때문이다.
《훈민정음해례》는 분명히 국보적 가치를 지닌 훈민정음 해설서임이 틀림없지만, 그보다 더 넓은 시야에서 훈민정음의 정체성이 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전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오늘날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많은 글자 가운데 가장 과학적이고 기능적인 글자로 공인하고 있는 한글이 우리나라가 아닌 강대국에서 사용되었다면, 전 세계가 공용하는 글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컴퓨터와 전자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도래한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삶의 모든 영역이 빠르게 디지털화되어 가고 있다. 세종대왕은 자음은 왼손으로, 모음은 오른손으로 입력할 수 있게 된 문자 훈민정음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 교육학박사 박재성